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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 초기인류 멸종은 기후변화에 적응 못한 탓"

송고시간2020-10-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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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 중 유일하게 생존한 현생인류에 대한 경고

독일 메트만 네안데르탈박물관에 전시된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남녀 모형
독일 메트만 네안데르탈박물관에 전시된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남녀 모형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사람속(Homo)에 속한 초기 인류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를 제외하곤 모두 멸종했는데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2세 대학교 고고학 부교수 파스쿠알레 라이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화석 기록과 기후 모델을 결합해 초기 인류의 멸종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원 어스'(One Earth) 최신호에 발표했다.

저널 발행사 셀프레스(Cell Press)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과거 약 500만년의 기온과 강우량 등의 기상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고기후 모델과 사람속 6개 집단의 2천750여건에 달하는 화석 기록을 활용해 사람속 초기 인류가 기후 조건이 맞아 살았던 '기후 적소'(適所·climate niche)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초기 인류의 기후 선호도와 기후 변화 적응력과 한계 등을 파악했다.

그 결과, 적어도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 3개 집단은 멸종 직전 기후 적소를 상당 부분 잃은 것으로 분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이런 기후 적소의 감소는 지구 기후의 급격하고 불리한 변화와 일치했던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호모 사피엔스와 경쟁을 해 상황은 더 안 좋았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라이아 박사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일정불변했다는 점에 놀랐다"면서 "멸종한 초기 인류에게는 멸종 직전의 기후조건이 너무 혹독했다는 점이 매우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람속 초기 인류가 불을 사용하고 정교한 석기를 제작하는 등의 기술적 혁신을 이루고 복잡한 사회관계망을 형성했음에도 극심한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그들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열심히 노력해 가장 따뜻한 곳을 찾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해 최후를 맞게됐다"고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네안데르탈인 고램 동굴유적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네안데르탈인 고램 동굴유적

[EPA=연합뉴스]

연구팀은 초기 인류에 관한 연구가 언제, 어디서 출현해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에 집중되고 멸종 과정은 공룡 멸종보다도 덜 관심을 받아왔다면서 이는 자료가 부족하고 분산돼 있어 체계적 연구가 어려웠던데 원인이 있지만 사람속의 한 종이 다른 종을 계단식으로 대체하고 더 나은 호모 사피엔스만 남게됐다는 잘못된 자부심과 믿음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고기후 복원이나 화석에 대한 분석, 연대 추정 등에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람속 중에서는 유일하게 남아 유례없는 기후변화를 맞고 있는 현생인류에게 일종의 경고를 던져주는 것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아 박사는 "지구상의 어떤 종보다 정신력 면에서 약하지 않았을 인류의 초기 조상이 기후변화를 견디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돼 걱정스럽다"면서 "기후변화가 과거에 사람속을 취약하고 불운하게 만들었는데 지금 다시 발생하고 있을 수 있다는 천둥 같은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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