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이 잘못됐다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백은 만시지탄이지만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여당 대표가 방향 착오의 소주성 탓에 고통받는 국민 앞에서 처음으로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잔뜩 안겨 놓고 “소주성은 코로나를 이겨내는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과 확연히 구분된다. “최저임금을 너무 급히 인상한 것이 잘못”이라는 송 대표의 반성이 진행 중인 내년 최저임금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애초에 대다수 경제전문가가 ‘마차가 말을 끄는 격’인 소주성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평범한 국민도 생업 현장에서 소주성의 폐해를 수없이 체험한 지 오래다. 경기회복 조짐이 엿보이는데도 지난 1분기 실질가계소득이 3년6개월 만에 감소(-0.7%)했다. 특히 근로소득(-1.3%)과 사업소득(-1.6%) 감소는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자영업자 처지는 긴말이 필요 없다. 최저임금 급등 여파로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작년 한 해 16만5000명 줄어든 대신,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는 9만 명 늘었다. 바닥 경제부터 초토화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좌파 학자들조차 소주성이 기존 일자리만 보호하고, 있던 일자리는 없앴다고 비판할 정도다. 2018년 최저임금이 16.4% 급등하면서 일자리가 최대 34만7000개 증발했다는 것이다. 이러니 중소기업의 41%가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 감축’밖에 답이 없다고 하고, 자영업자 10명 중 3명은 최저임금을 동결해도 ‘폐업’을 고려하는 판이다.

국민이 다 아는 소주성의 실패상을 여당 대표가 반성하기까지 4년이나 걸린 것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요, 알고도 모른 체했다면 무책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결과인 소득을 높이면 성장할 수 있다는 오도된 이념의 허상이 ‘일자리 절벽’, 코로나 이전부터 경기 침체 등 총체적 민생난을 낳았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송 대표의 반성은 소주성과 관련한 정부의 오판과 실책을 바로잡는 정책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먼저 내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시급 1만770원, 23.5% 이상)을 주장하는 민주노총에 달려가 설득해야 마땅하다. 주거비 등 가처분소득이 문제라면 집값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와 시장 규제 완화에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소주성 같은 어리석음을 고집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