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현대자동차의 3공장 조립라인 / 사진=현대차 제공
베이징현대자동차의 3공장 조립라인 /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중국에서 2조원에 가까운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현지 평판 악화, 주력 라인업 교체 실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사업 전략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매출 반토막 난 베이징현대

현대차·기아, 中서 2조 적자…"고급차로 판매 23% 늘린다"
현대차는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지난해 매출 6조8729억원, 영업손실 1조1520억원을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10조2056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영업손실 규모는 2019년(5234억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둥펑위에다기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매출은 2019년 3조7637억원에서 지난해 3조5887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손실은 3120억원에서 6499억원으로 늘었다. 두 회사의 매출은 4년 연속 줄고 있다.

판매도 부진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에서 66만4744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26.9% 감소했다. 2016년(179만2022대)과 비교하면 4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0년대 초반 10%를 넘었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4%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판매가 계속 감소하다 보니 딜러에게 인센티브를 많이 줘야 하고, 영업실적이 악화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부진은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2017년부터 시작됐다. 중국 내 한국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현대차와 기아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차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을 쫓아가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많다. 소형·중형 세단과 저가형 모델이 꾸준하게 팔리자 라인업 전환을 소홀히 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기아가 고급 브랜드로 평가받는 독일 및 일본업체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현지 브랜드 사이에 낀 신세가 됐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성비 떼고 고급차로 반격”

현대차·기아에 중국은 마지막 남은 숙제다.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 시장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부진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전략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현대차·기아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브랜드가 아닌, 좋은 차를 제조하는 브랜드로 인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고위관계자는 “판매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한다”며 “딜러에게 인센티브를 줘 물량을 밀어내는 데 급급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먼저 찾을 만큼 좋은 차를 내놓는 전략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춘 중국 특화 모델을 줄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잘 팔리는 고급 차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 수소전기차 넥쏘와 전용 플랫폼 전기차 아이오닉 5, 신형 투싼 등을 중국 시장에 내놓는다. 기아는 신형 카니발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연내 중국에서 출범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중국 판매 목표를 각각 56만2000대, 25만5000대로 잡았다. 지난해 판매량 대비 23%가량 늘어난 규모다.

실적이 개선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작년 현대차·기아의 중국 딜러 재고는 6만 대가량 줄었다. 올 들어서도 2만 대 가까이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가 줄어들면 차량 판매가격을 높이거나 다양한 방식의 판매 촉진 활동을 할 수 있다. 올해 1~2월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현대차·기아가 중국에서 판매를 늘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