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교역 재개, 밀월 '신호탄' 되나…북·중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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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01. 오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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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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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中 '北 달래기'에 초점…대북제재 완화 주장할 듯"
리룡남 중국주재 북한대사(왼족)가 27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중국 외교부) © 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최근 한국과 미국의 '밀착' 행보에 중국이 '북한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중단된 양국 교역이 재개되면 북중 밀월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가 27일 만난 소식을 전하며 "중국이 북한으로 가는 화물열차 운행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중국과 교역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며 사실상 '국가 밀봉' 상태를 유지해 왔다. 이를 두고 북한이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에 취약하기 때문에 '봉쇄'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력갱생을 기치로 내건 북한은 대북제재 국면과 코로나19 장기화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1년 반이 넘도록 북한 교역에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북중 교역이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 경제는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악은 아니지만 계속 버틸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최근 들어 북중 교역 재개, 북중 국경봉쇄 해제설이 꾸준히 제기된 배경도 이러한 점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중패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한미 관계가 밀착하면서, 북중이 밀월 관계를 강화하는 데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경제난을 해소하고, 중국은 북한을 대미 외교에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중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면 중국에게 북한의 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한미정상회담 이후 그러한 점이 강화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은 31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국제문제평론가라는 김명철 개인 명의 글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를 맹비난했다.

그중에서도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주변 지역' '주변 나라'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는) 중거리 미사일 배비를 합법적으로 실현해보려는 것이 미국의 속심"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은 되짚어볼만하다는 평가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군사 기지를 중심으로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희망하고 있지만, 주변국들의 정치적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한미 미사일 지침을 해제해 중거리미사일 전력을 확보, 중국에 대응한다는 속내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은 중거리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논리가 부족하고, 이 때문에 북한이 대신 나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잘 안 쓰는 주변 지역, 주변 나라라는 용어가 이번 김명철이라는 개인 명의 글에서 나왔다"며 "(한미 밀착에 대응한 북중 밀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로 한국의 자율성이 높아지며 역내 미사일 균형에 영향을 주게될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은 외교·군사적으로 대응하려면 논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 사안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이에 '우군 확보' 형식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경제 침체를 극복한다는 명분도 있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경제 협력 강화를 통해 북중 관계를 강화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중국이 당분간은 '북한 달래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북한의 무력 도발을 용인하게 된다면 이는 미국에게 '대중 강경 대응'의 명분을 제공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피하려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 위원은 "북한이 독자적으로 핵실험을 재개하고 강경책으로 나오면 오히려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결박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은 이를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만큼 향후 대북제재 유예·완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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