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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 일본 기업 상대 또 패소... 이번이 3번째

김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8 11:16

수정 2021.09.08 11:16

청구권 소멸시효 만료가 판결 이유로 보여
해당 재판부, 지난달 같은 이유로 기각 판단
청구권 소멸시점 두고 일선 법원 판단 엇갈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들 측 전범진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모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들이 '일본제철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8일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사진=뉴스1화상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들 측 전범진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모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들이 '일본제철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8일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또 패소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패소는 이번이 3번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8일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정모씨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강제징용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가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만료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예측된다.


정씨는 1940~1942년 일본 이와테현 제철소에 강제 징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2019년 4월 일본 제철이 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일본제철 측은 피해자의 신원이 불분명하고 기록이 부정확하다며 배상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의 결론은 ‘기각’이었다. 앞서 해당 재판부는 지난달 11일 강제징용 피해자의 자녀 이모씨 등 5명이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전 미쓰비시 광업)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선고 후 정씨 등의 법률대리인 전범진 변호사는 “같은 판사가 지난달 11일에 소멸시효 경과로 청구를 기각한 것과 같은 취지로 생각한다”라며 “광주고법 판례는 2018년 기산점으로 삼아 다툴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파기환송심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산정해야 한다고 보며, 항소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자식들이 70년 전 끌려간 아버지의 기록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나”라며 “부당한 판결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도 있었으니,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법원이 사법농단을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민법은 피해자가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10년 내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청구권은 자동으로 소멸한다. 다만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는 예외다.

당초 강제징용 관련 불법행위는 10년이 넘었지만, 한일청구권 협정 등으로 권리 행사의 ‘장애사유’가 인정돼 예외로 분류됐다. 재판부는 앞서 대법원이 2012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해 장애사유가 사라졌지만, 유족들이 3년 기간이 지난 2017년 소송을 내 청구권 소멸시효가 만료됐다고 본 것이다.

앞서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은 일본제철을 상대로 2005년 소송을 냈다.
2심에서 패소한 뒤 2012년 대법원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해 사건을 파기환송한 뒤, 2018년 재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의 이 판결 이후 일선 법원에서 소멸시효 기준을 파기환송 시점인 2012년으로 봐야할지 확정판결이 나온 2018년으로 봐야할지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광주법원은 지난 2018년 12월 또 다른 피해자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확정판결을 내린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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