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가나다라… 한글 매력은 세계 1등
  • 권세희 기자
  • 2021-10-07 16:35:30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한동훈 디자이너가 디자인 작업을 하는 모습

우리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는 것은 한글이라는 글자가 있어서다. 10월 9일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오늘날의 한글)을 창제(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해 세상에 알린 것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 한글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과학적인 언어로 꼽히는데, 자음과 모음을 모아쓰는 방식도 다른 글자에 비해 독특하다.

한동훈 서체(글씨를 써 놓은 모양) 디자이너는 한글이라는 글자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있다. 간판, 컵라면, 음료수를 비롯한 각종 제품에 쓰인 글자부터 TV 프로그램 속 자막까지.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글자들은 서체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온 것. 한동훈 디자이너는 우리 곳곳을 채우고 있는 서체들의 디자인을 비롯해 글자의 역사까지 들여다보는 책 ‘글자 속의 우주’(호밀밭)를 최근 펴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한동훈 디자이너를 만나 한글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위치에 따라 변화무쌍!


한동훈 디자이너가 제작하고 있는 폰트 ‘Tlab사이키델릭’체. 한 디자이너 제공한동훈 디자이너가 제작하고 있는 폰트 ‘Tlab사이키델릭’체. 한 디자이너 제공


지난해 국립공원공단이 개최한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을 한동훈 디자이너가 디지털화한 서체 ‘국립공원 꼬미’

“한글은 재미있는 글자입니다. 영어는 각 알파벳들을 쭉 이어 단어나 문장을 만드는데,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모아쓰지요. 하나의 글자에서 자음이 초성(음절의 첫 머리에 오는 자음)에 위치하느냐, 종성(음절의 마지막에 오는 자음)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미세하게 모양이 달라요. ‘밥’이라는 글자에서 맨 앞에 나오는 자음인 ‘ㅂ’과 받침에 쓰이는 ‘ㅂ’의 모양이 미세하게 다른 것처럼요. 글자가 자리하는 네모 모양의 틀 안에서 변화무쌍(사물의 모양이나 성질이 바뀌고 일이 많음)한 모습이 정말 재미있어요.”

한동훈 디자이너에게 한글은 읽고 쓰는 문자를 넘어 디자인적으로도 탐구해야 할 대상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한글의 글자 표현’(김진평)이라는 책을 보고, 대학에서 한글 디자인 수업을 들으면서 한글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한글의 아름다움에 끌려 마치 그림을 그리듯 한글을 표현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서체에도 표정과 성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어떤 서체는 신중해 보이고 또 다른 서체는 쾌활해 보이지요. 저는 최근에 ‘티랩(Tlab)사이키델릭’체를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한 음절에서 얇은 줄이 각각의 자음과 모음을 이루고 있는 형태인데, 신나는 분위기의 서체랍니다.”

일상이 곧 서체 박물관


한동훈 디자이너가 직접 찍은 지하철 역사의 ‘타는 곳’ 표지판. 위쪽 ‘차 타는 곳’은 40년 넘게 보존되던 서체로 작성된 표지판, 아래쪽은 서울남산체로 변경된 표지판

한동훈 디자이너는 한글을 보증서(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보증한다는 뜻을 적은 문서)가 제대로 갖춰진 ‘젊은 글자’라고 설명했다. 세계 문자 가운데 한글만이 글자를 만든 사람과 반포(세상에 널리 펴서 알림)일, 글자의 원리가 알려져 있기 때문. 이 유일성이 그를 한글 디자인의 세계로 이끌었다.

“한글에 대한 애정이 커지고, 서체에 관심을 가지니 주변 곳곳을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지하철역을 표시하는 서체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한편으로는 한 시대를 살았던 서체가 다른 서체로 변화하는 게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의 글자들을 사진으로 기록했지요.”

한 디자이너는 우리 주변이 꼭 ‘살아있는 박물관’ 같다고 평했다. 특이한 글자들도 이목(주의나 관심)을 끌지만 명조체나 고딕, 굴림체와 같은 기본 서체들도 커다란 현수막에 걸려서 확대되면 또 다른 특징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 디자이너는 “오랜 시간이 흘러 글자의 형태만 남은 간판도 공부할 거리가 충분하다”면서 “마음으로 사진을 찍듯 주변을 바라보고, 메모하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 파고들어보세요!


한동훈 디자이너가 주변의 서체를 보며 느낀 것을 쓴 메모

한동훈 디자이너는 좋아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고 빠져드는 것이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여러 가지에 흥미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탐구’하다보면 남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간을 써도 아깝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어린이 여러분들이 흥미를 느끼는 대상이 있다면 용기를 갖고 도전해보고, 관찰해보세요. 미처 몰랐던 즐거움이 눈에 쏙쏙 들어오게 될 거예요!”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지역난방공사 권지단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비교육